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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정의가 잠든 심연 '산매리 저수지' [서평]2020-04-28 15:09:24
카테고리book.bp > 지식.인문학.토크.영혼.자유.여행
작성자user icon Leve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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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꿈을 짓밟는 세상의 어두운 면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끝까지 처음의 신념을 지킬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매순간 선택의 갈림길 위에 선다. 자신을 깎아가며 부패한 현실을 들춰낼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신념을 내려놓고 사회적 성공을 보장받으며, 그들과 함께 정의를 검은 심연 속에 매장할 것인가.

‘산매리 저수지’(김주앙 지음 / 비티비북스)는 과거에 일어난 암수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얼굴을 한 한국 사회의 이면을 그려낸다. 인품 좋은 정치인으로 알려진 주인공 이동준 의원은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정한 일을 벌이는 부패 정치인이다. 돈과 권력으로 움직이는 정치세계 속에서 그는 살인범이라는 자신의 어두운 면에 접근하려는 이들을 혹해 같은 편으로 만들며 정치 수명을 늘려 나간다.

작품은 어두운 정치세계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목격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적을 향해 치열하게 움직이는 주인공의 행적을 긴박한 흐름에 따라 펼쳐 보인다. 이렇게 사건 중심의 추리소설이 선사하는 장르적 쾌감까지 섬세하게 배려하고 있는 이야기는,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뿐 아니라 ‘읽는 재미’를 원하는 독자의 입맛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부패한 정치인인 주인공의 행적을 관찰하며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무엇이 주인공을 쫓고 심판할 것일까’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하지만 작품은 ‘사이다’ 같은 권선징악에 의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독자들을 충격에 빠트리는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의를 갉아먹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고, 많은 경우 법의 심판을 피해 아무렇지 않게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현실. ‘산매리 저수지’는 그 풀어지지 않은 채 응어리져 있는 현실을 날것으로 마주하게 해준다.

하늘이 악을 돕는 것과 같은 끔찍한 상황들과 정의를 포기하고 이런저런 합리화를 통해 악의 편에 서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은 절망적인 현실로 다가온다. 하지만 ‘산매리 저수지’는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아 좌절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다. 오히려 바른 신념과 그에 합당한 선택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중 인물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매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무엇을 위한, 무엇을 향한 선택을 할 것인가? 작품이 보여주는 참담한 현실이 어떤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렇다면 한 사람의 작은 선택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변화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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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는?

김현구는 ‘956청년비평연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젊은 북칼럼니스트다. ‘956청년비평연대’는 2019년부터 문화 비평활동을 시작한 젊은이들의 모임이다. 오늘날 문화의 전위에 서 있는 청년 지식인들의 비평 활동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문이 될 것이며, 김현구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김현구(장르소설가·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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